정월의 흙집

사백 년 전,
그 집에는 누가 살았을까요

정월한 해의 첫 달.
옛사람들은 이맘때면
올 한 해를 물으러 길을 나섰어요.

사백여 년 전, 강가 언덕에
흙을 파고 지은 작은 집이 있었어요.

그 집 주인은 늘 이상한 갓을 쓰고 다녔어요.
무쇠로 만든 갓.

길에서는 갓이 되고,
배가 고프면 솥이 되는 갓.

그는 그 갓에 밥을 지어,
길에서 만난 배고픈 사람과 나눠 먹었대요.

쇠갓으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이야기는
지금도 옛이야기로 전해져요.

정월이 되면 흙집 앞엔 줄이 길게 늘어섰어요.
밥 한 그릇 얻어먹으러. 그리고 하나를 물으러.

손님올 한 해, 저는 어떨까요.

그는 딱 세 가지만 물었어요.

올해 몇 살인지.
몇 월에 태어났는지.
며칠에 태어났는지.

세 숫자를 셈하면 백마흔네 갈래 가운데
그 사람의 한 해가 나왔어요.

그렇게 들려준 한 해들을,
그는 한 장 한 장 적어 두었어요.

아무에게나 보여 주지 않던, 비밀스러운 풀이.

사람들은 훗날 그 풀이를 이렇게 불렀어요.

토정비결土 亭 秘 訣흙으로 지은 정자,
흙집에 남겨진 비밀스러운 풀이.그 뒤로 오랫동안, 정월이면 집집마다
이 풀이로 한 해를 점쳐 보았어요.

떠나던 날, 그는 쇠갓을 아궁이 위에 걸었어요.
그리고 아궁이 앞 흙을 한 줌 쥐어,
아이 하나를 빚었죠.

그 사람불 꺼뜨리지 말고,
오는 사람 밥 먹여 보내라.

그 아이가 토리(土理)예요.

흙 토(土), 이치 리(理). 흙으로 빚어, 한 해의 이치를 읽는 아이.

사백 년째 그 솥을 지키며,
정월마다 흙집 문을 열어요.

이제, 당신의 한 해토리가 아궁이에 불을 지필게요.

나이 하나,
태어난 달 하나,
태어난 날 하나.

세 가지를 건네면, 토리가 솥에 넣고 불을 지펴요.

다 끓으면 열두 종지에 열두 달을 나눠 담아요.

좋은 달은 따뜻하게,
조심할 달은 조심조심.

마지막엔 누룽지 위에 편지 한 장.

토리가 꾹꾹 눌러 쓴,
올해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.

토리는 오늘도 문을 닫지 않아요.
그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요.

土

정월의 흙집

2027 토정비결
나이, 태어난 달, 태어난 날(음력)만 있으면 돼요.
흙집은 곧 문을 열어요